전역자의 군대 리뷰 : 동네친구편
“친구야, 군대가자!”

가장 순수할 때 만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겪었고, 때묻은(?) 성인이 되어 군 복무도 함께 했다. 20년 남짓한 인생파노라마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예비역 세 친구가 말하는 우정, 그리고 군대.

자기소개 부탁한다
조민식 안녕하세요. 15사단 최강 산악대대에서 소총수로 군 복무를 마친 23살 예비역 병장, 조민식입니다. 정진욱 안녕하세요. 미사일사령부에서 편성보급병으로 복무한, 수원사는 정진욱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준영 안녕하세요. 22살 박준영입니다. 저는 민식이와 같이 15사단 2대대에서 복무했고요. 보직은 소총수였습니다.

친구라고 알고 있는데 소개하는 나이가 다르다
조민식 그러니까요. 벌써 밑장 빼기를! 정진욱 하하. 준영이가 2월생이라 빠른 이에요. 그래서 혼자 22살이라고 했네요? 사실 형이라고 하는 게 맞는데, 학교 같이 다녔으니까. 조민식 동갑 취급해 주는 거죠. (거들먹)

셋이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다고. 어떻게 알게된 사이인가
박준영 진욱이랑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고요. 중학교 2학년 때 민식이랑 같은 반이 되면서 셋이 친해지게 됐어요. 정진욱 그쵸. 그리고 저랑 민식이는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갔고, 대학교도 같이 다니고 있어서 수업 시간에 가끔 한두 번씩 보고… 뭐,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도 함께 겪었는데 서로 이성에 관한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나눴을 것 같다

박준영 솔직히 말하자면, 이성 문제에 관해서는 어…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다른 친구한테 하면 했지, 얘네한테 상담은 안 하죠. (진지) 정진욱 배신을 당했으면 당했지, 도움은 무슨. 그리고 민식이 얘는 여자친구 없을 땐 같이 놀아주다가 생기면 여자친구랑 논다고 버리고 갔어요. (착잡) 헤어지면 다시 저를 찾고. 그런 거죠, 뭐. 조민식 변명을 해보자면~ 아무래도 여자친구니까 더 챙겨야 하지 않나~ 해서. 하하.

알고 있는 서로에 관한 흑역사가 있다면
박준영 잘 알죠. 가~볍게 민식이 흑역사를 먼저 얘기해보면,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2학년 때. 저희는 영어 수업을 받는 곳이 따로 있었거든요. 수업을 하러 갔는데 문이 잠겨 있더라고요. 그래서 민식이가 창문 안을 들여다봤는데, 어떤 장난기 많은 친구가 바지를 확 내린 거예요. 적당히 내려가면 상관없는데, 속옷까지…. 뒤에 여자애들도 있었거든요. 하하. 이 친구 얼굴이 많이 붉어졌더라고요. 하하. 조민식 얘 흑역사도 만만치 않아요. 저희가 술을 마시러 갔는데, 취한 거예요. 2차로 PC방에 갔는데, 화장실 간다더니 오질 않는 거죠. 걱정되는 마음에 화장실에 가 보니 대변을 보다가 잠들어 있더라고요. 깨우기 뭐해서 그냥 두고 나왔어요. 박준영 아니, 발견했으면 깨워주든가!

성인이 된 기쁨도 잠시, 군 복무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겠다
박준영 사실 군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형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군대가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하는 말도 있잖아요. 약간 철이 든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무섭다기보다 궁금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정진욱 저는군대에안갈줄 알았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통일이 될 줄 알았고, (웃음) 고등학교 때는 체구가 작고 말라서 ‘공익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술을 먹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살이 찐 거예요. 그래서 기적적으로… 1kg 차이로 군대를 갔답니다. 하하. 조민식 정말 가기 싫었지만, 가긴 가야 하잖아요. 대학교 동기들이 하나, 둘 떠나고 저도 술 마시고,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훈련소 문 앞이더라고요? 하하.

같은 날 동반 입대를 했다고. 언제부터 계획했나
박준영 복학을 빨리하기 위해서는 1월이나 2월에 군대에 가야 했어요. 그런데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 동반 입대더라고요. 동반입대 할 친구를 찾다가 ‘가장 놀고 있는 친구가 누굴까?’ 하고 생각을 하니까 딱! 민식이가 떠오르더라고요.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서 그냥 지원해버렸어요. (웃음) 조민식 죽여버리고 싶었어요. 정말. 하하.

입대 전에 친구끼리 여행도 많이 가던데
정진욱 두 명은 동반 입대로 1월 13일로 나온 상황이었고, 저는 기술행정병으로 지원해서 입대 일자가 좀 늦게 나왔어요. 여행 못 갈까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운이 좋게 저도 1월 13일에 입대하게 됐죠. 그래서 한 일주일 남기고 세부로 여행 갔다 왔어요. 그때 놀 때만큼은 군대 걱정이 없지 않았나. 박준영 근데 저는 솔직히 군대 생각이 떠나지를 않더라고요. 조민식 맞아. 마음 한쪽이 씁쓸하고, 무겁고. 정진욱 나만 즐거웠냐?

같은 날 입대했지만, 각자 전역일이 다르다
박준영 코로나 시국이라 휴가를 최대한 많이 모은 사람이 먼저 전역할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꿀 빤 진욱이가 휴가를 가장 많이 모아서 먼저 나왔고, 저는 민식이랑 동반 입대니까 웬만하면 같이 기다려서 전역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자그마치 4일이나 차이가 나는 거예요. 4일은 너무하지 않나요? 친구고 뭐고…. 그래도 전역하는 날 진욱이랑 같이 부대 앞으로 마중 나갔어요. (웃음) 정진욱 그것도 추억이니까 전역하고 나오는 모습을 찍어주려고 했는데,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나온 거예요. 그래서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라고 했어요. 하하. 조민식 아 진짜. 그래서 제가 또 어떻게든 다시 나오려고 위병소에 다시 가서 휴대전화를 안 풀었다고 거짓말하고 다시 나왔다니까요?

두 명은 소총수로, 한 명은 기술행정병으로 군 복무를 했다. 친구 두 명과 같은 부대로 가고 싶지 않았나
정진욱 절대. NEVER. 왜냐면 동반 입대하면 싸운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무엇보다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조민식 참나. 너무 꿀 빨았죠. 박준영 고생을 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솔직히 저희보다 고생은 덜하지 않았나 싶어요.

같은 부대, 같은 보직을 수행하면 아무래도 통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질투가 난 적은 없나
정진욱 질투라기보다 편해 보였다? 조민식 와. 도대체 어느 점에서 편해 보였다는 건지? 재미있네! 이 친구? 정진욱 아니, 보급병이라는 임무 자체가 80명의 모든 보급품을 혼자 다 관리해요. 근데 이제 제가 본 경계병, 소총수는 본인의 개인 장구류, 화기만 관리하면 되더라고요. 그리고 또 보급병은 ‘어떻게 공평하게 나눠주지?’ ‘어떻게 불만 없이 나눠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단 말이에요. 제가 보기엔 저 둘은 어떻게 그런 편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박준영 한마디 좀 해도 될까요? 우리 부대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보급병들은 이상하게 소총수를 다 시키더라고요? “야, 몇 명 나와” 이러면 짬 낮은 소총수들이 튀어 나가서 창고정리 같이해주고, 보급병은 앉아서 쉬고. 정진욱 저는 아니에요! 정말!

군 생활에서 가장 힘이 됐던 것이 있다면
정진욱 당연히 <HIM>은 기본 베이스죠. 제가 2주 대기 이후에도 2주 동안 휴대폰이 없었어요. 코로나로 택배가 안 와서. 그때 <HIM>을 섭렵했죠. (웃음) 그리고 모든 장병이 그렇겠지만, 전역 전 휴가 출발을 바라보면서 살았어요. 정말 많은 힘이 됐죠.

두 명은 오랜 친구이자 군대 동기다. 서로 남몰래 신경 써줬던 일화가 있나
조민식 많죠. 훈련 때 경계를 서는데, 얘가 자꾸 중간에 담배를 피우러 가는 거예요. ‘이런 경우 없는 녀석을 봤나?’ 생각했지만, 중대장님한테 말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좀 숨겨줬죠. 박준영 아니, 고맙기는 한데, 누가 보면 너는 흡연자가 아닌 줄 알겠다? 같이 흡연하는 사이였는데, 이렇게 몰아가니까 되게 당황스럽네요? 하하. 그리고 사실 간부님들도 같이 피우세요. 아,여기서 딱 증명이 됐네요. 약간 군기강이 확립이 안 돼있다. 조민식 그치. 훈련 좀 많이 넣어주세요~ 정진욱 명절에는 김밥 콘테스트 꼭 열어주세요! 하하.

둘 중 누가 더 군 생활을 잘했나
박준영 누구 하나 잘했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서로 당한 게 많아서.(웃음) 다들 저마다의 장점이 있잖아요. 딱 중간 정도인 것 같아요. 하하.

그렇다면 전역 빵(?)은 누가 더 많이 맞았나
박준영 제가 먼저 전역을 해서 잘 모르겠는데, 아마 민식이가 더 많이 맞았을 거예요. 확신해요. 생긴 걸 보시면… 아, 이게 아니고, 원래부터 민식이가 장난기가 좀 많아요. 저는 선을 좀 지키면서 장난을 치는데, 쟤는 후임들한테 선이 뭐야? 아주 장난을 심하게 치더라고요. 후임들이 벼르고 있었을거예요.하하. 조민식 나올때 다리를 약간 절면서 나왔어요. 좀 많이 아프더라고요. 정진욱 맞아요. 다리를 절뚝이더라고요. 하하. 박준영 이런 걸 보면 제가 더 군 생활을 잘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같은 부대에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나
박준영 제가 이상하게 맞후임이 좀 일찍 들어왔어요. 일병 1호봉쯤 들어왔거든요. 맞선임이 무서워서 꽤 힘들었는데, 맞 후임이 생기니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거예요. 또 맞 후임이 제가 알려준 걸 제대로 못했거든요.(한숨) 화를 꾹꾹 참고 있는데, 큰 실수를 하기에 ‘안 되겠다’ 싶어서 따끔하게 한마디 하려고 이발실로 데려갔어요. 거기가 약간 방음이 되거든요. (웃음)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고 있는데, 누가 보급관님이랑 같이 들어오는 거예요. 하필 맞후임이 울먹거리고 있던 그때요. 하… 보급관님이 보시더니 “너 지금 얘한테 뭐 하고 있냐” 하시더니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징계를 피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겁을 먹었는데, 보자마자 하신 말씀이 “군 생활 많이 힘드니? 괜찮니?” 였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울컥해서 눈물이…. 하하. 조민식&정진욱 아… 그건 못 참지.

죽마고우와 같은 부대에서 하는 군 생활, 추천한다?
박준영 약간 케바케일 것 같아요. 저랑 민식이는 오랜 시간 알아 왔고, 서로의 단점을 명확히 알기 때문에 장난을 치면 쳤지, 싸운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대학교 동기나 짧게 만난 친구들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제대로 모르잖아요. 그래서 급속도로 친해진 친구면 추천을 드리지는 않습니다. 조민식 그리고 사람은 다 성격이 달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둘 중 한 명은 져줘야 해요. 그래야 큰 싸움이 생기지 않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훈련이 뭐였는지 궁금하다
조민식 10월에는 4년에 한 번 오는 호국훈련이라는 게 있는데, 하필 훈련이 겹친 거예요. 2일 차였나? 그때가 제 생일이었거든요. 밖에서 하루 종일 경계를 서다가 생활관에 딱 들어갔는데, 생일 케이크가 하나 놓여 있는 거죠. 그때 알았어요. ‘아, 나 오늘 생일이었지!’ 그만큼 힘들었어요. 축하를 못 받았던 것도 좀 서럽고요. 하하. 박준영 저도 호국훈련이요. 소총수도 임무가 다 따로 배정되어 있는데, 하필 제가 탄약고에서 탄을 옮기는 일을 맡게 됐어요. 그 무게가 한 40~50kg 되거든요. 허리가 부서지는 줄 알았어요. 정진욱 대대에서 자체적으로 전술 훈련 평가를 하는데, 창고에 있는 80명 분량의 장비를 다 내려서 두돈반에 싣고 각 부대로 가요. 그 앞에서 빵빵! 해서 장비 내려주고 부대를 다 돌고 나면 다시 회수를 해야 해요. 마지막에는 또 수량 체크해서 다시 창고로 넣고. 정말 힘들었어요.

코로나 시작될 때 입대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박준영 외박을 한 번도 못 나간 거요. 휴가는 언젠가 한 번은 나갈 수 있는데, 외박은 아예 통제되니까 선임 중에도 외박을 한 번도 못 간 사람이 있거든요. 후임한테 외박은 어떻게 나가는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저도 못 해봤으니까 설명을 해주기가 어렵더라고요. (웃음) 정진욱 물어보면 항상 “내가 듣기로는~” 이렇게 시작했어요. 하하. 조민식 외박을 한 번이라도 나갔던 선임들은 정말 재밌다고,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밌다고 하길래 기대를 진짜 많이 했거든요. 동기들, 분대원이랑 한번 나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었어요.

군대 내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한데, 서로 연락은 하고 지냈나
정진욱 제가 일방적으로 많이 했어요. 일방적으로. (웃음) 이 친구들이 연락이 없더라고요. 하하. 조민식 그만큼 편했다는 거지. 저는 그럴 시간도 없었어요. 박준영 힘들고 피곤해서 휴대폰 할 힘도 없었지. 정진욱 내가 너네한테 심심해서 전화한 게아니라 짬 내서 전화한 거야. ‘우리 친구들 잘 살아있나?’ 하고. 박준영 그리고 사실 남자들은 공감할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굳이 연락할 이유가 없죠. 하하.

같이 휴가를 맞춰 나온 적도 있었나
정진욱 시국이 시국인지라 같이 나온 적은 없어요. 조민식 휴가를 중대별로 나왔기 때문에 제가 나오고 싶은 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이날 나가라” 하면 나가는 거죠. (웃음)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던데, 전역 전과 비교했을 때 대화 주제가 달라졌는지
정진욱 저는 웬만하면 군대 얘기를 안하려고 해요. 박준영 너는 그렇지! 군 생활을 너무 쉽게 해서 재미있는 일이 없으니까! 조민식 맞아. 난 너무 할 얘기가 많은데? 박준영 너무하고 싶은데, 이 친구가 꿀을 빨았기 때문에 군대 얘기를 꺼내려고 하면 저희가 끊어버려요. “너는 듣기만 해라. 공감만 해라” 하고요. 하하.

무사히 전역한 서로에게 한 마디
박준영 저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조용하게 지내는 편인데, 민식이는 장난기가 많아서 선후임이랑 두루두루 잘 지내더라고요. 그래서 옆에 붙어서 같이 친해지고 해서 적응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진욱이는 무사히 건강하게 전역해서 진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진욱 어찌됐든 건강하게 전역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전화를 많이 했는데, 저의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아줘서, 전역 사진 같이 찍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하하. 조민식 모두 전역 축하하고, 진욱이는 이제 연애 좀 하고, 준영이는 하는 일 다 잘 됐으면 좋겠고.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박준영 집에 가기 전에 수제버거 먹고 가자. 정진욱&조민식 아니, 안 먹는다니까? 4단계라 2인까지만 된다고!

힘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