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을 지키는 아름다운 자부심

5공병여단 공병대대
이지섭 상병

소년은 어린 나이에 밟은 낯선 외국 땅에서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모국의 언어와 문화, 유년의 친구들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질 만큼 긴 시간이었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지키고 숭고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청년이 되어 이 땅을 다시 밟았다.

#나라를 잊지 않는 마음
5공병여단 공병대대에서 근무하는 이지섭 상병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게 됐다. 그렇게 해외생활을 시작한 지 10여 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귀화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학업을 멈추고 현역으로 입대했다. 부모님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지도해주신 덕이 컸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해외생활로 모국인 한국에 대한 기억은 점점 잊혀져 갈 수도 있는 상황.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형제들끼리 영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에 한국어 교수로 활동하시던 그의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우리말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며 집에서는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셨다. 주말에는 한글학교에 가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잊지 않도록 지도해 주셨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나는 한국인이다’ ‘우리 문화와 우리말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외국에 살면서도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커져나갔다는 것.

더불어 그의 부모님은 “아들아, 너는 한국인이다. 한국의 시민권을 잃으면 안된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군대는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고 어려서부터 당부하셨다. 덕분에 군 입대가 가까워 왔을 때 ‘단 한 번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하거나 제대로 된 의무를 수행했던 적 없으니 군에서 내 첫 소임을 다 하겠다’ 다짐했다고. 어린시절부터 외국에서 자란 탓에 부족했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또래들과의 교류·교감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K-Soldier
그렇게 시작된 그의 군 생활. 오랜 해외생활로 인해 한국의 서열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는 명실상부 5공병여단의 대표 모범장병이자 한 분대를 이끄는 분대장이 됐다. 그는 현재 지뢰병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불모지확장작전 시 지뢰병의 임무는 작전수행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DMZ(비무장지대) 안으로 들어가 지뢰를 탐지 및 제거해, GP·GOP 경계병과 감시장비의 시계를 확보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임무지만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직접 보고 느낀 바를 분대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지섭 상병은 올해 전·후반기 두 번이나 임무에 나섰다고. 처음 작전에 투입됐을 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탓에 ‘DMZ’라는 단어만 들어도 두려움이 생겼었지만, 작전현장에서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전우들을 보며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작전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뢰병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장비와 절차 등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전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이지섭 상병의 모습을 보며 주변 전우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항상 제일 앞에서, 열정적으로 임하며 저뿐만 아니라 중대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칭찬하고 싶다” “평소 중대 생활에서 서글서글한 모습으로 선후임 할 것 없이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며 분대를 잘 통솔하는 모습이 듬직하고 멋있어 믿음이 가는 후임이다”와 같은 아낌없는 칭찬이 이어졌다.

전우들에게 모범이 되는 군 생활은 물론 전역 이후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준비하는 자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가시간을 활용해 관심 분야의 책을 읽고 전우들과 토론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공부를 하는 등 개인발전에 여념없는 시간을 보내며 군에서의 시간을 전역 이후의 삶을 위한 디딤돌로 삼고 있는 것.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자기계발을 하며 달려온 군 생활이 어느덧 1년을 넘어 전역까지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지금, 이지섭 상병은 “남은 기간 동안 더욱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고, 분대원들에게 정말 필요한 분대장으로 남고 싶습니다”라며 분대장으로서 듬직한 속내를 밝혔다.

MINI INTERVIEW

해외생활로 입대가 망설여지지는 않았나요 군에서의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닙니다. 원래 공부하던 것들을 잠시 멈추고 군대에서 그 시간 동안 의무를 다하고 돌아왔을 때, ‘만일 입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달성할 수 있었을 수준까지 회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걱정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군대에 와서 보니 미래에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공부만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을 계획적으로 쓰는 방법도 배우게 됐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1년 반이 결코 이렇게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아직 대학생활이 1년 정도 남았습니다. 전역하면 미국으로 돌아가 남은 대학생활 잘 마치고,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해보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제가 하고 싶은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큰 계획을 세워둔 상태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여가시간에 관련 분야의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전우들에게 군 생활의 힘이 되는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군대에 와서 만난 인연들이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 때는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도움을 주고, 또 가족 같이 지내며 항상 힘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힘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