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함으로 전하는 새 희망

육군5군단 군사경찰단
이재명 상사

수용자의 교정과 수용 생활 전반을 담당하는 교도관. 굳은 표정에 엄격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지만, 아픈 과거를 발판 삼아 청년 장병들을 보듬고 그들의 새출발을 응원하는 군 교도관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감동이 있다. ‘정의의 검’이자 ‘치유의 검’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군 생활을 이어온 이재명 상사가 그 감동의 주인공이다.

#봉사를 위해 군인이 된 소년

사춘기 시절부터 안타까운 고아들을 품을 수 있는 보육원장을 꿈꿨던 소년은 우연히 미국 전쟁 영화를 접하게 됐다. 영화에 나온 군인은 부사관이었고, 전투 현장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강인함과 멋진 모습의 본질이 남을 지키고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입대를 생각할 나이가 다가왔을 때, 그는 우연히 군사경찰 홍보 포스터에서 ‘봉사’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이 길이 나의 길’이라는 생각에 청년은 군문으로 들어섰다.

그날부터 오랜 시간 군인으로 살아온 이재명 상사는 2017년 1월부터 미결수용실에서 복무하고 있다. 미결수용실는 형사입건되어 구속된 인원들이 1심 판결 전까지 지내는 곳으로, 그는 그곳에서 수용자들의 생활 전반을 관리한다. 수용자들이 먹고, 자고, 입는 것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재판을 잘 준비 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돌봐주는 것이 이재명 상사의 임무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군인

임무수행을 하시면서 보셨던 사례 중에 안타까웠던 사례가 있다면요
안타깝지 않은 경우가 없습니다. 20대 젊은 청춘에 훌륭하게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 군에 들어왔는데 자신의 과오나 실수로 이곳에 들어오게 되면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특별하게 누가 이렇게 더 안타깝다고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군무이탈해서 “복무를 못 하겠다”라고 말하며 포기한 인원, 미결수용실인 이곳에서 지내던 인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아 이송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국군교도소에 가서 그 인원을 인계하고 돌아섰을 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용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이곳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상처 아닌 상처를 받고 있어요. “미결수용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안좋은 시선을 받을까 봐 두렵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항상 주눅 들어 있더라고요. 그런 인원들에게 제가 힘을 주고 싶어서 ‘퇴소 축하한다. 교도관이 얘기했던 1%의 배려, 1억짜리 커피. 그 의미를 잊지 마라. 나중에 전역하면 소주 한 잔 하자’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들은 처음엔 ‘교도관이 무서운 사람이고, 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런 관심을 주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군 생활에 힘을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나가면서 저에게 편지를 남기고 간 인원들도 있는데, 그 편지들을 볼 때마다 ‘내 말 한 마디가 여기 수용된 인원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힘을 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을 만나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나는 교도관을 만나 새사람이 됐고, 나한테는 아버지였다’라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데요. 정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편지였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1%의 배려, 1억짜리 커피’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나요
1%의 배려, 1억짜리 커피’는 준사관 준비를 할 당시 제 작은 실수에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상사와 준위 계급의 명예적 가치의 차이는 제가 매기는 대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봉급, 연금 같은 걸 따졌을 때는 1억의 가치가 있다고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이후 여기 구속돼서 들어온 인원들에게 종종 커피를 타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막 끓여진 물을 커피포트에서 따르면 100도잖아요. 커피를 타고 제가 1분을 얘기합니다. 그때 주면서 “교도관이 타준 이 커피가 얼마짜리 같냐?”라는 질문을 합니다. 교도관이 타준 거니까 “가격을 매길 수가 없습니다”라거나, 어떤 친구는 “500원” “300원” 이렇게 얘기합니다. 저는 “교도관이 과거에 실수를 해서 한순간에 1억이라는 가치를 잃었다. 그렇지만 너희는 아직 청춘이고 잃은 게 없다. 그래서 내가 너희한테 실수하지 말라고 타주는 1억짜리 커피다”라고 말하며 수용자들한테 먼저 마음을 열어요. 그러면 ‘교도관도 저런 아픔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해서 공감하고,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대부분은 이야기가 끝나고 “커피를 바로 안 주고 왜 지금 주는 거냐” 이렇게 물어봐요. “나는 너에게 작은 배려를 했다. 네가 뜨거워서 깜짝 놀랄 것을 알기 때문에 식혀서 너에게 준 거다. 이건 80도다” 이렇게 설명을 하죠. 이게 ‘1%의 배려, 1억짜리 커피’의 스토리입니다.

걱정하시는 장병들의 부모님들께도 마음이 쓰이시겠어요
저희 어머니가 청주에 계시는데 항상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전화하십니다. “출근했니?” “밥 먹었니?” “바빠?” 그러고 끊으세요. 부모 마음이 다 똑같지 않겠습니까. 군에 보냈는데 수용실이라는 공간에 와 있으면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죠. 평일은 접견이나 통화를 할 수 있지만 공휴일은 제외되어 있거든요. 부모님이 걱정되고 궁금하실 것 같기 때문에 주말에 나와서 커피 한잔주고‘자녀분과커피한잔했습니다.잘있습니다.TV도보고주말에는 영화도 한 편 봅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드려요. 그러면 부모님들이 굉장히 고마워하시고, 많이 의지도 하시죠. 어떤 부모님은 “내 자식이 구속됐는데 누구한테 그런 얘기를 하겠습니까”라고도 말씀하세요. 그러면 저는 먼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머니, 교도관은 어머니 얘기를 들어드리라고 있는 겁니다. 힘든 점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저에게 다 얘기하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라고. 그렇게 30분, 길게는 두 시간까지 통화한 적도 있습니다.

군 생활의 모토나 좌우명, 멘토가 있으신가요
어떤 이득을 취할 때는 그게 정의로운지 합당한지 되돌아보라는 뜻을 가진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좌우명으로 삼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살아있는 멘토는 아니지만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진 이재명 독립운동가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친일파 이완용을 척살하고자 복부와 어깨를 찔러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일본의 잘못된 재판을 받아 21세의 젊은 나이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분이지요. 죽음을 앞두고 남긴 말씀이 제 가슴에 정말 크게 와닿았습니다. “너희의 잘못된 법으로 지금 죽음을 맞이하지만 내가 여기서 죽어도 수십, 수백만의 이재명으로 다시 태어나 너희를 이기고 명예를 되찾겠다” 21살의 청년이 이런 용기와 포부를 갖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군인으로서 정말 존경스럽고 뿌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도 그 재탄생한 이재명이 아닐까 싶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남은 군 생활, 그리고 전역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어떠신가요
대부분 입대할 때 군에서 스스로 돋보여 우뚝 솟은 대들보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죠.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했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자갈이 되지 말자, 주춧돌이 되자’ 이런 포부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이만큼 와서 돌아보니 저는 그럴 운명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대들보가 되려면 나무가 울창하고 커야 하지만 잘려서 죽어야 합니다. 제 군 생활을 돌아보니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누군가에게 향기를 줄 수 있고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는 소나무 분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모르고 대들보가 되려고 욕심을 부리느라 주변을 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던 거죠. 이제는 누군가에게 감탄사와 향기를 남기는 군 생활로 마무리를 하고 싶습니다.

장병들에게 군 생활의 힘이 되는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삶은 속도가 아닙니다. 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3인’이라는 단어와 한자의 뜻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밖에 있을 때와는 달리 일상 생활조차 힘들 수 있어요. 그때는 ‘3인’ 중에 참을 인(忍)으로 이겨내고, 선임병이 되었을 때는 후임들을 친동생처럼 아끼면서 바른길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어질 인(仁)으로 생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람 인(人)이 보일 겁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여러분들이 군 생활하는 동안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했으면 좋겠고, 그러다 보면 전역 후에 훌륭한 사회인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인(忍, 仁, 人)’을 생각하면서 참된 사람이 되어 충실하게 군 복무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힘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