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드러머

드럼 연주가
유빈

한 소녀가 어린 시절 교회에서 만났던 타악기, 이름도 몰랐던 그 악기가 전해준 영혼의 떨림. 어느덧 훌쩍 커버린 그 소녀는 드러머가 되어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이들에게 그 순간의 떨림을 전한다.

#드럼스틱에 싣는 소울

여성 드럼 연주가는 다소 생소한데, 드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제가 초등학교 1~2학년 때 작은 개척교회를 다녔었는데, 그때는 드럼이라는 악기를 몰랐었어요. 어느 날 옹기장이라는 팀이 연주를 왔었고, 그때 드럼을 처음 보고 관심이 생겨서 배우게 됐죠. 당시에는 실용음악 학원이 없었는데요. 피아노 학원 끝나고 자투리 시간에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고 교회에서 처음 드럼을 알게 됐어요.

사람들 앞에 선 첫 무대가 언제였나
첫 무대가 군부대였어요. 부대명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큰 규모의 부대는 아니었고 1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연을 하게 됐었어요. 호응을 잘 해주셔서 처음인데도 정말 즐기고 왔던 무대였던 것 같아요. 노래는 붉은 노을이나 촛불 하나와 같은 대중가요로 준비했고, 가사에 초점을 맞췄어요. 지치고 힘들 때 내게 기대라는 의미나 신나는 분위기로 장병분들께 에너지를 많이 드리려고 무대를 준비했었죠.

무대에 서기까지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처음 드럼을 배우게 된 계기는 외부에서 공연을 와서 영향력을 미치는 모습을 보고 나서였어요. 어린 마음 속에 ‘나도 사람들 앞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에도 꾸준히 배워 왔었고, 교회에서 찬양팀이랑 합주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사람들 앞에 나서서 연주를 할 수도 있게 됐어요. 덕분에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나 떨림 같은 것은 전혀 없었고요. 제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 부모님도 반대는 없으셨는데, 다만 전국으로 공연을 다니면서 차에서 쪽잠을 자거나 하는 모습에 건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음악의 길을 걸으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작년에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저의 목표가 사라졌고 제가 갈 길이 진짜 안 보였거든요. 잡혀있던 공연이 다 취소되니까 뭔가 그냥 우주에 저 하나 홀로 떠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혼자 있는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책을 많이 봤어요. 그런 시간이 저를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줬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대학교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셨던 김미경 선생님의 『드림 온』이라는 책이에요. 자존감이 낮아질 때나 뭔가 조금 더 힘내고 싶다 할 때 이 책을 봐요. 꿈에 관한 책인데 삶의 방향을 생각하거나 내 안에서 쌓아 올리는 힘을 여기서 많이 얻었던 거 같아요.

음악이 주는 기쁨을 언제 가장 크게 느끼나
음악은 제게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빼고 저화 함께하는 존재예요. 청소할 때도 듣고, 운전할 때도 듣고, 걸어갈 때도 듣고, 거의 일상이 되어버렸죠. 슬플 때나 기쁠 때는 특히 더 음악을 많이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슬플 때 오히려 기쁜 노래 듣고, 기쁠 때는 더 기쁜 노래 듣고 이러면서 제 인생에서 음악이 시너지를 주는 거 같달까요. 제가 어떤 대회를 앞두고 있거나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런데 자존감이 조금 낮은 상태거나 용기가 필요할 때 그런 가사의 곡들을 일부러 찾아서 들어요. ‘넌 할 수 있어’ 이런 곡들을 듣고 나면 ‘오케이 나 오늘 승리했어, 나 오늘 잘 할 거야’ 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면서 힘을 얻죠.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남고 싶나
저는 드럼에도 멜로디가 있고 섬세한 감정선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을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주를 하는데 제 연주를 듣고 “유빈 씨 연주는 가사가 들리는 거 같아요” 이런 말들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럴 때 ‘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맞는 거 같으니 더 밀고 나가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드럼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드러머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서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세계에서 제일 큰 스타디움의 홀에서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폭죽 막 터지고 진짜 큰 스피커에 저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그런 무대요. 아직 꿈이지만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장병들의 힐링 드러머

‘드러머계의 장윤정’, ‘밴드계의 군통령’이라고 불리고 있다
군통령은 아직 그 정도로 불릴 만큼 많은 분들께서 알아봐 주시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별명들이 많이 부끄러워요. ‘드러머계의 장윤정’은 하도 여기저기 많이 전국구로 다니다 보니까 그런 별명이 생긴 것 같아요. 새벽에 여수를 갔다가 다시 강원도를 갔다가 진해도 가고 사방팔방을 다녔죠. 덕분에 휴게소는 정말 많이 가 봤고요. 그 곳 음식을 자주 먹게 되는데요. 국밥을 자주 먹어서 별명이 유국밥이에요. 저는 국밥을 먹어야 힘이 나요. 국밥을 먹으면 살이 찌지만 ‘오케이, 자 해보자’ 하는 느낌이 와요. 역시 저는 코리안인가봐요. 한국인은 밥심이죠!

군부대 공연만 500회 넘게 했다던데, 어떤 인연이 있나
제가 맨 처음 드럼을 배운 게 당시 다녔던 개척교회 뒤에 있는 군부대였어요. 검단에 있는 군부대인데, 거기 군인분께서 제게 드럼을 알려주셨었어요. 완전 초등학생일 때 발이 드럼에 닿지도 않는데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하시면서 자세히 알려주셨는데, 그때부터 군대와 인연이 생겼고 친근감을 갖게 됐어요. 저희가 군부대 가면 장병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호응에 오히려 힘을 얻고 돌아가게 되고, 또 후기들을 편지로 보내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게 강진인데요. 그때 공연을 보셨던 한 분이 다음 날 전역이었어요. 전역을 하고 나서는 자살을 할 생각이셨대요. 그랬는데 전역 전날 저희 공연을 보게 된 거죠. 생을 마감하려 했었던 그분이 저희 공연을 보고 ‘저 사람들은 뭔데 이 먼 곳까지 와서 저렇게 행복하게 연주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셨다는 내용을 나중에 편지로 받게 됐어요. 아이돌 노래를 포함해서 대중가요들, 정말 신나는 곡들인데도 가사 속에서 정말 눈물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졌고, 지금은 취업 성공해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편지가 왔어요. 공연을 다니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이렇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후기들이 돌아오니까 계속 군부대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장병들 앞에서 연주를 하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는지
무대에 섰을 때 그냥 내 연주에만 끝나는 게 아니라 저는 최대한 관객 한 명 한 명씩 다 눈 맞추면서 가사 전달하려고 해요. 조금 낯설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팔짱 끼고 땅 보고 이런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이 오히려 더 눈이 가는 거 같아요. 부담스럽게는 안 하지만 그런 분들도 마음을 열 수 있게 눈을 보면서 연주를 하는 거 같아요.

군 장병들의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추천곡은
저도 즐겨 듣는 곡인데 ‘실로암’이라는 곡이에요. 논산에서 공연을 했었는데 장병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곡이기도 하고 행군하거나 힘들 때 실로암을 다 같이 부른다고 들었어요. 그러면서 힘을 얻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꼭 한 번 들어보세요. 또 강찬의 ‘승리자’라는 곡이 있어요. 이 곡이 제 1번 곡이에요. 아침에 하루를 시작할 때 딱 들으면 도입부부터 이미 용기가 얻어지는 곡이에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부대나 군에서의 무대
제가 마칭(Marching)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실제로 군악대 대원분께 마칭을 배우기도 했었는데 군악대 분들이 하는 그 마칭밴드가 너무 멋있는 거예요.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제복을 입고 군인분들과 함께 마칭밴드에서 활약해보고 싶어요. 그중에서도 부대끼리 대항하는 마칭배틀을 꼭 해보고 싶어요.

평소 군인이나 군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군인분들을 겉에서만 봤을 때는 마냥 멋있다고만 보였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성향들이 다 다르셔서 ‘이 부대 갈 때는 우리가 이런 마인드로 이렇게 준비해서 가자’라고 생각해서 가게 되고요. 공연을 하러 가보면 되게 스위트한 부대, 되게 열정 있는 부대, 특징이 다 달라서 그때마다 저희가 오히려 배우는 게 있어요. 공연을 하면 항상 느끼는 건데 군인분들에게 배울 게 되게 많아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국군 장병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한마디
정말 여러 부대를 많이 다니면서 느낀 점인데 군인분들은 눈빛이 달라요. 눈빛이 살아있어서 그런 군인의 정신력으로 인생을살아간다면뭐든지해낼수있을것만같은용기가 생겨요. 그래서 용기를 드리러 갔다가 오히려 제가 정말 힘을 많이 얻고 와요. 그런 점에서 군인분들 정말 존경스럽고, 요즘에 계속 마스크 끼고 훈련 받으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신데 조금만 더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안전히 지켜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팅!

힘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