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공채 아나운서로 발탁되어 <KBS 뉴스 9>은 물론 <도전! 골든벨>, <가족오락관>, <사랑의 리퀘스트> 등 간판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던 사람. “Are you happy?”라는 한 마디 질문에 스스로 꿈꾸는 진짜행복을 찾기 위해 떠난 사람. 마침내 찾아낸 행복의 방법을 나누기 위해 오늘도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하는 여행작가 손미나의 이야기.

#끝없는 도전의 여정
이제는 ‘작가 손미나’로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데요.
첫 저서가 인터넷 활용지침서, 『손미나의 인터넷에 폭 빠지기』여서 의외였습니다 당시 모든 아나운서들 중에 최초로 제 홈페이지라는 걸 만들었어요. 온라인으로 자기 자신의 브랜딩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저였던 거죠. 그때 제가 딱 서른 살이었는데, 허전함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었어요. 한국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어떻게 하면 이 허전함을 달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거든요. 저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그 일을 시작하게 됐죠. 책을 쓰는 일을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지금 쓰고 있는 글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아나운서, 방송인, 여행작가에 번역가, 소설가까지 계속된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지론인데요. 그 재능과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의 접점이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뭔지를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계속해서 제 안에 어떤 재능이 있고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를 탐구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런 삶 속에서 저도 모르게 사회에 의미 있는일도할수있고,스스로도즐거움이나행복을찾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자유와 도전의 아이콘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작가님께도 도전을 망설였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의외로 저는 겁이 많아요. 그래서 사전에 점검을 계속 하고, 더 많은 걸 조사하고, 미리 체험해 보고, 그런 뒤에 비로소 결정을 하면 뒤 돌아보지 않는 편이거든요. 돌이켜 보면 두렵지 않았던 도전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망설였던 것 같고 고민을 많이 했었죠. ‘이런 도전이 나한테 필요할 것 같은데’라고 고민하고 생각하다가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항상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마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할까요. ‘실패해도 괜찮아, 넘어지면 일어서면 되지’ ‘이 길이 아니면 또 다른 길로 가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보통 우리가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일을 했다가 결과가 생각한 것만큼 좋지 않거나 남들에게 비난을 받게 될까 봐 무의식 중에 굉장히 두려워하기 때문이거든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군을 대상으로 하는 <청춘 신고합니다>도 진행하셨지요
처음엔 회사에서 시키니까 시작했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컸어요. <도전, 골든벨>로 전국에 있는 고등학생들을 만나러 다녔었는데마침그친구들이딱군대에갈시점에<청춘 신고합니다>를 하게 된 거예요. 어떤 부대에 가서 방송을 하다 보면누가쫓아와서“저어느고등학교골든벨할때출연했던 누굽니다” 이렇게 인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말 많은 부대를 가봤고,좋은추억과경험을했던것같습니다.잊을수가없는 프로그램이에요. 유격훈련도 했었는데 정말 힘들었죠. 현역으로 군대 다녀온 남동생에게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 해보는 것하고 너무 차이가 났거든요. 유격훈련하면서 ‘우리 군인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하실 당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겨울에 진짜 잊을 수 없는 에피스드가 있었어요. 어느 군 부대를 갔는데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렸어요. 방송이 끝나고 주차를 해뒀던 연병장에 갔는데, 눈이 아주 하얗게 덮였더라고요. 그런데 제 자동차만 눈이 안 쌓인 거예요. 자세히 봤더니 두 명의 군인이 빗자루로 계속해서 자동차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쓸어준 거예요. 앞에 ‘미나 누나 사랑해요’라는 글씨도 쓰셨고. 그리고는 먼 곳에 숨어서 수줍게 인사를 하셨는데 뭉클했어요. 가서 한 번 악수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으로만 고마워하고 집에 왔거든요. 혹시 이걸 보시고 “그거 접니다” 하시는 분 있으면 연락 주세요. 제가 맛있는 밥 한 끼 사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 작가가 세운 ‘인생학교’의 교장직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인생학교란 어떤 곳이었고 또 어떤 인연으로 운영을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한 잡지사에서 세계적인 지식인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저에게 알랭 드 보통 씨를 만나러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 거예요. 팬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갔죠. 알랭 드 보통 씨를 처음 만났을 때 “현대사회 교육이 사회생활에 대한 룰은 가르쳐주지만 인간으로서 행복할 수 있는 법에 대한 점은 알려주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를 만들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인생학교’가 런던에 처음, 이후 세계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죠. 한국에도 그 학교를 열고 싶어 하던 와중에, “아무리 찾아봐도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을 찾기가 힘드니 손미나 씨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을 하셔서 인생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인생학교를 운영하시면서 느끼셨던 것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직업군에 계신 분들이 스트레스에 관련된 수업에 많이 몰려 계세요. 우리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그들의 스트레스가 제일 많은 거예요. 그 분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숨 가쁘게 달려야 할 것 같다”라고 하시는데, 그 사이 마음은 계속 썩어가는 병이 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 안타까웠죠. 보이지 않는 곳곳에 위로와 함께 ‘당신만 힘든 거 아니에요’라고 손 내밀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일찍부터 필요했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줄 수는 없지만 문제 제기를 하고 함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굉장히 크다고 봐요. 다만 이게 한 사람이 사업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오랫동안 보살펴야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오셨던 일들 중에서 천직이나 소명에 가깝다고 느끼시는 직업이 있다면요
이야기꾼이 저의 천직인 것 같아요. 가끔 제가 친구들한테 하는 농담이 있어요. “난 자다가도 누가 마이크를 갖다 주면 한 다섯 시간 애드리브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요. 책을 쓰는 것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잖아요. 매개체가 음성언어가 아니라 글일 뿐이니까요. 인생학교를 맡았던 것도 결국은 제 메세지와 스토리를 전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형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저는 계속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으로 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삶, 쉼표의 연속
대학교 입학을 앞둔 고3 여름방학에 무려 한 달간의 여행을 떠나셨다고요
아버지가 특별한 면을 갖고 계신 교육자셨어요. 저와 동생이 어릴 때부터 모든 선택권을 주시고 독특한 교육 방법을 많이 쓰셨어요. 제가 고3이었을 때는 “너는 이제 고3이니까 올 여름방학 때 좀 놀아야 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살아보니까 급박한 상황에서 모두가 다 치열하게 사는 때일수록 한 박자를 쉬면 전체적인 그림이 보인다”고 하셨죠. 굉장한 전략가이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버지와 같이 시골에 내려가서 아침에 일어나면 약수터 가고, 체조하고, 자고 싶으면 자고, 책을 읽고, 답답하면 산책을 하며 자연인으로 지냈었어요. 한 달 뒤 학교로 돌아오니 친구들은 다들 너무 지쳐있는 거예요. 더운 여름 땀띠 나는 환경에서 풀었던 문제를 풀고 또 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경쟁자니까 그 압박이 더 크잖아요. 그러면서 체력도 정신력도 떨어지고 많이 지쳐 있었거든요. 근데 저는 완전히 쌩쌩해서 고3의 마지막 100일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때 느낀 점인데, 살다 보면 ‘지금 여기서 내가 멈추면 정말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많거든요. 근데 그때 ‘조금 쉬어도 괜찮다’ ‘큰일 나지 않아’ 이런 마음가짐을 배운 것 같아요.
인기 프로그램의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 잡았던 때, 돌연 유학을 떠나셨어요. 어떤 목마름이 있으셨던 건가요
뉴스 앵커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이때 잠깐 여름 휴가를 갔었는데, 거기서 만나 친해진 이탈리아 여자 의사가 저에게 “너는 다 좋은데 네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뜻이야?” 그랬더니 “너와 친해진 이야기를 내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는 일 얘기 밖에 안 했어”라면서 “일을 빼면 대체 너는 누구니?”라고 되묻더라고요. 그런데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하겠는 거예요. 이후 그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제 눈을 보면서 “Are you happy?” 하고 물었어요. 또 대답을 못 하겠는 거예요. “No”라고도 안 했지만 “Yes”라고도 대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그 생각을 하면서 솔직하게 제 자신을 들여다봤더니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지나친 책임감, 사명감 같은 여러가지 짐을 제 스스로에게 지워놓고 발버둥치며 달려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큰 도약을 하려면 한 박자 쉬어야 될 때가 됐구나’ 싶었죠. 쉼을 실천하면서 발전도 꾀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받아보려고 스페인에 가게 됐죠.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이내 퇴사를 하셨습니다. 여행지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기 때문일까요
큰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커다란 기계의 부품 같은 느낌이 들고, 전체 조직의 철학이나 목표를 향해서 같이 힘을 실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만 같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던 때, 스페인에 가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고 돌아왔어요. 그곳에 대해 일기를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게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된 거예요. 그 책은 출판사의 누구도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말 큰 반응이 있었고, 출판계에서 매력적인 제안들을 많이 받았었죠. ‘앞으로 10년을 이 조직에 남아 있는다면, 반대로 여기를 나가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하는 생각들을 엄청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결론은 ‘모르겠다’이더군요. ‘내가 믿을 수 있고, 내 삶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니 저 자신이더라고요. 무대가 화려하든 소박하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신이 있으면 새로운 일을 해도 더 손해볼 거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삶에 있어 여행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행은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길 위에 있는 학교라고 생각해요. 외부의 자극을 받아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게 되고요.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땅 위에 맨발로 서서 여행자가 되는 순간 세상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스승이 될 수 있거든요. 여행이란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또다른 많은 것들을 배워가는 그런 학교 같아요.

#나에게 책이란
작가님의 평소 독서습관이나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책을 고를 때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보다는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책을 찾아서 보는 편인 것 같아요. 또 한 권을 끝까지 다 읽고 다음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한 두 권 정도 같이 읽어요. 아침에 읽는 책이 따로 있고, 저녁에 읽는 책을 따로 정해두는게 저의 습관입니다.
작가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른바 ‘인생 책’을 꼽는다면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저희 남매에게 처음으로 선물해 주신 책이 『손자병법』이었어요. 선물하셨던 이유를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삶에 갈림길이 나왔을 때 어떻게 전술 전략을 짤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큰 그림을 그리면 훨씬 수월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항상 당황스러운 일이나 어려워 보이는 문제가 앞에 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번 전략을 잘 짜보자’ ‘전술을 잘 짜보자’ 이런 마음을 갖게 됐죠.
최근 병영에서도 독서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선배 언니 두 명과 남프랑스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한 분은 세계여행을 진짜 많이 했었어요. 주로 경제, 경영과 같이 전문지식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하셔서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요. 다른 분은 여행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셨던 분이에요. 출판사 편집자였는데, 제가 본 사람 중에 그렇게책을 많이 읽은 사람 없었던 것 같아요. 같이 여행을 하다보니 정말 신기한 점이 눈에 띄었어요. 실제로 가방 들고 돌아다닌 사람보다 책만 읽었던 사람이 세상을 보는 시야의 폭이 훨씬 넓었던 거예요. 그때 정말 크게 느꼈던 바가 있습니다. 뛰쳐나가서 걸어야만 세상을 알게 되는 게 아니고 독서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점이요. 방에 앉아서 500년 전 서양의 어떤 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거고요. 심지어 영화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도 책 안에서는 가능하죠. 우리 국군 장병들은 독서를 통해서 자기의 경험을 넓힐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미디어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지식도 좋지만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마음에 쌓을 수 있는 양식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책을 많이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주변에서 독서를 통해 변화되는 군인들을 많이 봤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헌신하고 있는 우리 국군장병들을 위한 따뜻한 응원 부탁드려요
우리 국군 장병들이 헌신하고 있는 곳에 발품을 팔아 다니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사람으로서 더욱 깊은 애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세상하고 조금 단절됐다’라는 느낌이 들수있겠지만자기자신을돌아보고많이성장할수있는 때일 수 있습니다. 그 시기를 잘 활용하시고 부디 안전하게 잘 전역하셔서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들을 다 이뤄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빌고 있겠습니다. 군복 입은 청춘 모두를 응원합니다. 국군 장병 힘내라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