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이 디자인을 앞서다

버켄스탁
Birkenstock

‘아재 슬리퍼’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멋쟁이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한 버켄스탁(Birkenstock). 한 번 신어보면 헤어날 수 없다는 버켄스탁의 매력에 대하여.

 

사무실 필수 아이템, 슬리퍼
직장 초년병 시절에 의아했던 장면 하나. 사무실에 출근하면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선배가 있었다. 처음엔 이상하게 보였는데, 곧 적응이 됐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그곳이 어디건 간에 사무실 내부에서 슬리퍼를 신고 업무를 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는 패션 에디터들이 편집장이 오는 걸 알자 기겁을 하고 슬리퍼 대신 구두로 갈아 신는 장면이 등장한다. 뉴욕, 그것도 하이패션의 본거지인 패션 잡지사에서도 사무실에서는 슬리퍼를 신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사가 엄청 까다로워 슬리퍼 착용을 금지시키면 모를까, 일하는 장소에서 구두를 벗고 슬리퍼를 착용하는 일은 이제 뭐라고 할 일이 못된다. 편안하지 않으면 패션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코로나 시절에는 더더욱 그렇다.
신발 중에서 슬리퍼는 가장 만들기 쉬운 구조를 지녔다. 덕분에 가장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품목이다. 다이소에만 가도 있고, 문방구에서도 판다. 대개 이곳에서 파는 슬리퍼는 흰색 줄 세 개가 선명히 그려진 삼선 슬리퍼일 확률이 높다. 아디다스 짝퉁이라는 의미로 ‘삼디다스’라는 별칭이 붙은 그 제품 말이다.

코르크로 만든 버켄스탁 풋베드의 장점
삼디다스를 넘어서는, 제값 주고 마련할 만한 제대로 된 슬리퍼를 원한다면 버켄스탁이라는 이름을 떠올려보자. 버켄스탁은 독일 브랜드로, 슬리퍼 만드는 회사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묵직한 브랜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장장 247년 동안 슬리퍼를 만들어왔으니 업체의 헤리티지 치고는 최고 수준이다. 1774년 탄생했고, 신발공 요한 아담 버켄스탁이 처음 고안해냈다. 당시만 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의 증손자인 콘라드 버켄스탁이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조금씩 회사 성장 가능성을 엿본다. 그는 사업 수완이 좋았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독일로 여행 온 관광객을 대상으로 버켄스탁을 팔았다.
버켄스탁 슬리퍼의 핵심이랄 수 있는 신발 밑창, 즉 발 바닥이 맞닿는 넓적한 부분은 풋베드(Footbed)로 불리는데 이는 콘래드 버켄스탁에 의해 완성됐다. 풋베드는 코르크와 라텍스 소재를 사용했으며, 신으면 신을수록 그 사람의 발 모양에 맞추어지는 특성을 지녔다. 와인 마개를 떠올리면 쉬운데, 코르크가 원래 푹신한 소재여서 이런 변형이 가능했다. 풋베드는 해부학과 인체의 하중 분산 연구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장장 15년이라는 세월 끝에 개발되었다.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것이 아닌, 발에 신발이 맞춰지니 버켄스탁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한 번도 안 신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신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버켄스탁은 소비자에게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한다.

멋스러운 천연 소재로 각광
코르크 다음으로 중요하게 쓰인 소재는 스웨이드 가죽이다. 스웨이드는 신발 재료 가운데 비교적 고급스러운 소재로 통하며, 유지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재질 중 하나다. 코르크와 스웨이드라는 천연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진 버켄스탁은 소재에서 풍기는 ‘묘한’ 멋스러움으로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발등을 감싸주는 스웨이드와 코르크 풋베드에서 안정감이 느껴지고, 신으면 신을수록 개성이 묻어났다. 하지만 천연 소재로 만든 신발에 단점도 있다. 슬리퍼가 무겁다는 점과 오염에 취약하는 점이었다. 처음 버켄스탁을 신을 땐 잘 모르지만 한두 해 지나다 보면 신발 밑창의 색깔이 변한다. 이미 오염되었으므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또 스웨이드나 코르크 모두 수분에 약하므로 비 올 때 신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한 여름에 신는 슬리퍼가 비 올 때 신을 수 없다면 이보다 더 큰 약점은 없다.
버켄스탁은 대중적 인기에 비례해서 소비자 불만이 증가하자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슬리퍼를 시장에 출시한다. 똑같은 디자인에 가볍고 물에 강한 플라스틱 소재로 편의성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코르크와 스웨이드로 만든 제품을 더 선호한다.
소비자가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를 때에는 실용성 이상의 그 무엇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버켄스탁은 무겁고 오염에 취약하지만, 천연소재에서 오는 멋스러움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소비자에게 각광받은 것이다.

재택근무 필수품으로 코로나 시대 호황 맞아
현재의 디자인을 완성시킨 건 콘래드의 아들 칼 버켄스탁으로,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 중인 ‘아리조나’와 ‘마드리드’ 모델을 만들었다. 버켄스탁 디자인은 시간이 흘러도 거의 변화가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약 1,700개 이상의 디자인을 갖추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버켄스탁의 제품 이름은 모두 지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구별하기 쉽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인 버켄스탁 ‘지제(Gizeh)’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항구 도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훗날 버켄스탁이 돈을 많이 벌어들이자 가문에 내분이 일어났고, 전문 경영인을 들여 회사를 존속시킨다. 전문 경영인 덕에 버켄스탁은 위기에서 벗어나 더 큰 성공 가도에 들어선다. 현재 버켄스탁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진출해있으며,
매년 2,400만 켤레 이상을 팔아치운다. 모든 제품은 독일 괼리츠시에서 만들고 있으며, 신발 하나 만드는 데 평균 32명의 손을 거친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인건비 싼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100% 독일 생산으로 고수하는 버켄스탁의 경영 철학은 소비자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다.
버켄스탁은 코로나 시대에 수혜를 입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일할 때 신는 신발’로 높은 인기를 얻었고, 2020년에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이를 몰라볼 리 없는 유럽 명품계의 큰손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가 지난 해 5조 4,000억 원에 버켄스탁을 인수했다.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버켄스탁이 앞으로 루이비통만큼 명품으로 유명세를 탈지는 알 수 없으나, 한편으론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만 더 높아질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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