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는 게 특기

육군 특전사 출신 소방관
권선우 소방위

제복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무릇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안도감을 주는 데다, 입은 당사자에게도 큰 동기를 부여하게 마련이다. 군복에서 시작해 소방복으로 갈아입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달려온 남자, 권선우 소방위의 삶을 담았다.

#군복에 대한 자긍심

육군 특전사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전사로 복무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었는데 떨어졌습니다. 그 후 ROTC에 지원을 해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1년 가량 군 생활을 했습니다. 현역으로 복무하던 중 대위 때 우연히 특전사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군 생활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이를 극복한 방법이 있으십니까
특전사 시절 이기자 부대에서 전투지원중대장 보직을 수행했던 때가 있습니다. 부임하자마자 연대 전술을 평가를 하라는 임무가 떨어졌었어요. 그 와중에 연대의 첫 당직사령으로 근무를 섰었는데, 부대 간부 중에 한 명이 사고를 치는 일이 있었죠. 두 가지 큰 임무가 저한테 떨어진 셈이었습니다. 사고를 수습하며 부대관리를 하고, 전술평가를 잘 준비하려고 그날 이후 거의 한 달 동안 부대에서 숙식하면서 지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결과적으로 평가에서 군단 전체 1등 했고요. 그리고 부대관리도 안정적으로 해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항상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서든 ‘욕먹지 말자.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하는 거고, 할 거면 욕 안 먹게 인정받게 열심히 하자’ 모든 순간 그렇게 군 생활했었고, 위기가 닥쳤던 그 순간에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특전사로서 자부심, 군이나 동료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 것 같은데 전역을 선택하셨어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군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고, 지금도 군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전역을 하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안정된 가정생활이 가장 하고 싶었습니다. 제 아내는 대전에 있는데, 저는 전후방 전국 각지를 이동하니까 몇 년 동안 가정생활이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또 전역을 결심하게 될 당시에 아버지가 편찮으셨는데, 자식이 저 혼자이다 보니 고향에서 부모님께 자식으로서의 도리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에 20대, 30대 중반을 다 바쳤는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고향에서 자식과 남편 된 도리를 다 하는 생활을 하고 싶어서 전역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전역을 결심하고, 이후 준비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러 가지 방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군 경력이 있기 때문에 호봉을 인정받는 직업을 이어가려고 관련 계통을 알아보면서 군인과 비슷한 제복을 입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찾다 보니 소방관, 경찰관 등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관련 정보를 얻은 다음에 도서관 다니면서 준비를 했었습니다. 수험생활에 대한 팁까지는 아닌데, 수험생들이 어떤 과목을 많이 선택하고, 책은 어떤 게 정보가 잘 담겨있는지 이런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다음에 준비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살리는 뜨거운 직업

특전사에서 인명구조 소방사로 전직하게 된 계기는요
저나 제 가족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나는 사람이 소방관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전역 후 자부심이 들 정도의 직업군인 것 같아서 지원을 했죠. 구조대에서 4년 정도 근무를 했었는데 근무하는 동안 신체적 부담이 쌓인 것인지 인명구조 평가를 볼 때 발목을 다쳐서 인대가 세 개나 끊어지는 일이 생겼고, 그때 본의 아니게 수술을 하고 병가를 쓰면서 지내게 됐습니다. 쉬는동안‘더많은경험을해보자,소방조직에 조금 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이 들어 간부후보생 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꿈을 갖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소방위로 임무수행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군복이 아닌 소방복을 입고 출근하셨을 때의 감회는 어떠셨을까요
금의환향이라는 사자성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에 전역을 하고 백수 아닌 백수로 생활하다 보니 군대가 되게 그리웠어요. 소방에 합격해서 고향인 대전에서 첫 출근을 했을 때는 ‘내가 왔다. 멋지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보자’ 하는 기대감도 있었고, ‘사람을 살리는 이 일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과 걱정도 있었죠.

특전사로 복무하시며 경험하셨던 훈련과 소방관의 훈련에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목적이 다른데 특전사 때는 한마디로 적을 제압하는 임무를 받았던 반면에, 소방에 들어왔을 때는 화재진압훈련과 사람을 살리는 인명구조훈련, 심폐소생술 같은 훈련을 받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방법에 대한 것을 중심으로 배운다는 점에서 군인 때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대의 혹한기훈련, 유격훈련처럼 외부에서 시행하는 훈련은 하지 못하고, 소방서의 차고지나 자체 훈련장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이더라도 현장과 흡사한 모델에서 훈련해야지 현장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건물과 같은 구조로 훈련장을 만들어두고 실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특전사 중대장에서 말단 소방사로 일하게 되셨을 때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나이가 저보다 어린 고참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건 찰나였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위고하를 떠나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 군에서의 경력을 인정해 주시고 독려를 아끼지 않았던 주변 선후배 동료들 덕분에 지금까지의 임무를 큰 탈 없이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과 소방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을 이어오셨어요.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저는 오히려 다 좋아하시더라고요. 물론 뉴스에 재난상황에 대한 내용이 나오거나 대전에 불이 났다 하면 부모님이 걱정은 많이 하세요. 그렇지만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에 있겠냐’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저는 갖고 있고요. 그리고할때는혼자만하는게아니라내 안전을 지켜주는 장비를 착용하고 동료들과 같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위험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서 평상시에 훈련을 해야 하고, ‘다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임무수행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숨을 걸고 재난현장에 함께 뛰어드는 ‘동료’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면 군대의 전우와 같은 개념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화재현장에서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동료의 공기호흡기 뒤에 달린 점멸등을 통해 ‘동료가 저기에 있구나’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게 제일 크고요. 현장에는 항상 두 명이 함께하는데 내가 위험할 때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 동료가 위험할 때 내가 동료를 구해야 하는 그런 책임감이 있죠. 공단 같은 현장에서 참 안타까운 사건이 한 번씩 나오는데 ‘나에게도 사고가 닥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가짐을 항상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맡은 바 임무가 부여되면 묵묵히 수행하는 게 또 제 일이기도 하고요.

근무환경이 궁금합니다
소방은 크게 내근부서와 현업부서로 나뉘는데 내근부서의 경우 평일 09시부터 18시까지 행정업무를 하고 주말과 공휴일은 쉬고요. 제가 일하는 현업부서 같은 경우 평일 주말 공휴일 개념이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밥 먹다가 출동 걸리면 식판 놓고 바로 나가는 거죠. 그러면 다른 동료들이 식판을 덮어놔 준다거나 하는데, 출동이 길어져서 밥을 못 먹는다거나 하면 출동 마치고 간식 같은 걸 사와서 먹고 있습니다.

소방관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지키는 제1의 원칙이나 마음가짐이 있으신지요
일단 저는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현장안전 상태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출동해서는 신고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구조대 근무할 때 한화공장이 폭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군에 납품하는 군수품 미사일 등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창고 전체가 산화가 됐었습니다. 현장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발견했는데 사람이 산화가 되어 사람인지 모르고 지나갔을 때, 그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복에 대한 생각

삶에서 군 생활이 불러온 삶의 긍정적 변화가 있을까요
책임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임무를 하나 받으면 그거를 적극적으로 이뤄내려고 했었고 군 조직이든 소방 조직이든 관계없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그 조직에 조화롭게 융화가 되려 하고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에 맞게끔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군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리나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방력이라는 게 밖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 저희 소방이나 경찰은 내적인 얼굴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군 장병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주세요
요즘같이 더운 날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집 떠나서 각급 전후방에서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텐데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덥거나 춥거나 전후방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장병님들이 이렇게 묵묵하게 나라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일반 시민들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서 항상 감사드리고요. 휴가도 코로나 때문에 많이 통제가 되는 시국에 힘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의 앞으로의 나가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어렵겠지만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과 항상 잘 지내고 현재 생활에 열심히 하다 보면 여러분의 앞날에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힘내십시오!

힘HIM